음악의 아버지 바흐 (푸가, 토카타, 골드베르크)
혹시 여러분은 '음악의 아버지'라는 말을 들으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중학교 음악시간에 처음 바흐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저 교과서에 나오는 먼 옛날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곡을 전공하며 바흐의 곡들을 직접 분석하고 연주하면서, 왜 이 사람을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음악의 아버지라 부르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됐습니다. 바흐의 음악은 단순히 아름다운 선율을 넘어, 수학적 정교함과 감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경지를 보여줍니다.
푸가, 다른 목소리들이 만드는 완벽한 조화
바흐 음악을 처음 들으면 뭔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느낌이 드시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나의 선율이 흐르다가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짜잔 하고 튀어나오고, 그 둘이 서로 술래잡기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처럼 들렸죠. 이것이 바로 바흐가 가장 잘했던 작곡 기법인 '푸가(Fuga)'입니다.
푸가란 하나의 주제 선율을 여러 성부가 차례로 모방하며 전개하는 대위법 음악 형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첫 번째 악기가 어떤 멜로디를 연주하면 두 번째 악기가 조금 늦게 똑같은 멜로디로 따라오고, 그 사이 첫 번째 악기는 또 다른 선율을 연주하는 식이죠. 이런 방식으로 세 개, 네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움직이는데도 전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Toccata and Fugue in D minor)'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영화 드라큘라나 공포 영화에 자주 나오는 그 웅장한 오르간 곡이 바로 이 곡입니다. 처음에 나오는 화려하고 즉흥적인 부분이 '토카타(Toccata)'로, 건반 악기에서 빠르고 현란한 기교를 보여주는 음악 형식을 말합니다. 그 뒤를 이어 나오는 복잡한 돌림노래 부분이 바로 푸가죠.
제가 대학 시절 푸가 형식으로 기타 곡을 작곡했던 경험이 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어려웠습니다. 각 성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하니, 마치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동시에 하는데 그게 또 하나의 완벽한 대화가 되어야 하는 것과 같았거든요. 이 작곡 기법을 완벽하게 구사한 바흐의 천재성이 새삼 놀라웠던 순간이었습니다.
토카타, 화려함 뒤에 숨은 깊이
토카타는 왜 항상 푸가와 함께 작곡됐을까요? 바흐 시대에는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는 토카타를 연주한 뒤, 반드시 작곡가의 실력을 증명하는 푸가를 함께 작곡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즉흥 연주 같은 자유로운 느낌의 토카타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은 뒤, 정교한 대위법의 푸가로 작곡 실력까지 과시하는 일종의 세트 메뉴였던 셈이죠.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는 원래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곡이었습니다. 교회 예배 때 오르간 연주를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웅장하고 공간을 가득 채우는 소리가 정말 압도적이죠. 다만 연주자의 뒷모습만 봐야 한다는 게 좀 아쉽긴 합니다. 이 곡이 너무 유명해지면서 나중에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도 편곡됐는데, 지금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듣는 버전은 대부분 이 오케스트라 편곡본입니다.
제 경험상 토카타 부분은 처음 듣는 사람도 금방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 극적인 시작과 끊임없이 몰아치는 음들이 듣는 이의 심장을 직접 두드리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진짜 감동은 그 뒤에 이어지는 푸가 부분에서 옵니다. 여러 선율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도 완벽한 질서를 유지하는 그 순간, 바흐가 왜 위대한 작곡가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잠 못 이루는 밤의 음악
바흐에게는 골드베르크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제자가 스승에게 고민을 털어놨죠. "선생님, 제가 모시는 귀족님이 밤에 잠을 못 주무신대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제가 연주를 해드려야 하는데, 저는 작곡을 잘 못하잖아요. 선생님께서 곡 하나만 써주시면 안 될까요?" 바흐는 제자를 위해 하나의 주제를 30가지 방식으로 변형한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을 작곡했습니다(출처: 바흐페스티벌라이프치히).
변주곡이란 하나의 기본 주제 선율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변형하며 전개하는 음악 형식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뼈대를 가지고 있지만 리듬을 바꾸거나, 템포를 바꾸거나, 화성을 바꿔서 매번 다른 느낌의 곡으로 재탄생시키는 거죠. 바흐는 이 기법으로 30개의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곡을 만들어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곡이 원래 불면증 있는 귀족을 위한 자장가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잠이 올 것 같지 않습니다. 너무 아름답고 감성을 자극해서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이 곡을 아침에 턴테이블로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이게 자장가였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뒤로는 밤에 들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과 달리 잠이 안 오더라고요.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나의 주제를 30가지 방식으로 변형한 대작입니다
- 원래는 불면증 귀족을 위한 자장가 용도였습니다
- 현대에는 피아노로 연주되지만, 원곡은 하프시코드를 위한 곡입니다
- 전체 연주 시간이 약 80분에 달하는 긴 곡입니다
제가 작곡을 공부하던 시절, 바흐가 곡을 쓰며 임했던 자세와 생활, 예배에 대한 열정 등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바흐같이 살고 싶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을 통해 신에게 영광을 돌리려 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바흐의 음악이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의 음악 속에는 수학적 정교함과 인간적 따뜻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푸가에서 보여준 여러 목소리의 조화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다양성 속의 통일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며 함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가는 세상, 그것이 바로 바흐가 음악으로 보여준 이상향이 아닐까요. 다음에는 바흐와 함께 '파파 하이든'이라 불렸던 또 다른 음악가의 이야기도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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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ann Sebastian Bach |
